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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년의 시간, 과학은 어떻게 우주의 나이를 알아냈을까?

하루한줌1 2025. 8. 4. 13:45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르곤 합니다.
“우주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고대 문명부터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우주의 나이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우주가 어떻게 팽창하고 있는지, 그 안에 어떤 흔적이 남아 있는지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분석해왔죠.

이 글에서는 우리가 ‘우주의 나이’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계산하는지, 그리고 그 계산에 쓰이는 대표적 이론과 기술들을 쉽게 설명합니다.
138억 년이라는 시간의 의미가 궁금하셨다면,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세요.

 

138억 년의 시간, 과학은 어떻게 우주의 나이를 알아냈을까?
138억 년의 시간, 과학은 어떻게 우주의 나이를 알아냈을까?

 

빅뱅 이론과 우주의 시작: '시간의 시점'을 정의하다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려면 먼저 우주의 시작이 언제였는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천체물리학자와 우주론자들은 ‘빅뱅 이론’을 우주의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약 138억 년 전, 하나의 무한히 작고 뜨거운 점에서 모든 공간과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이론입니다.

빅뱅 이전은 존재할까?
빅뱅은 단순한 폭발이 아닌, 공간 자체의 팽창이 시작된 순간으로 이해됩니다. 따라서 ‘그 이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함께 태어났기 때문에, 우주의 나이를 계산한다는 것은 곧 '시간의 시작점'을 과학적으로 추정하는 과정입니다.

'시작점'을 찾는 게 왜 어려운가?
우주는 단순히 하나의 물체처럼 나이를 세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공간이며 변화하는 구조입니다. 우주의 나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우주가 어떤 속도로 확장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며, 이 확장 속도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느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암흑에너지의 영향으로 가속되었습니다.

허블 상수와 적색편이: 팽창 속도에서 나이를 추정하다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는 핵심 도구 중 하나는 ‘허블 상수’입니다.
이는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허블의 법칙에 기반합니다.

허블의 법칙(Hubble's Law)이란?
1929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사실을 관측했습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v = H₀ × d
(v: 은하의 후퇴 속도, d: 거리, H₀: 허블 상수)

이때 H₀ 값이 우주의 팽창 속도이며, 이를 통해 우주가 얼마나 오래 팽창해왔는지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적색편이(Redshift)와 거리 측정
우주의 팽창을 감지하는 또 다른 핵심은 빛의 적색편이입니다.
멀리 있는 은하에서 오는 빛은 파장이 늘어나 ‘빨갛게’ 변합니다. 이것은 마치 사이렌 소리가 멀어질수록 낮아지는 도플러 효과와 유사합니다.
적색편이 값이 클수록 그 은하는 더 멀리 있으며 더 오래 전에 출발한 빛이라는 뜻이죠.

허블 상수의 정확한 값은?
허블 상수의 값은 관측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HST) 팀: 약 73.0 (km/s)/Mpc

플랑크 위성(Planck) 기반 CMB 분석: 약 67.4 (km/s)/Mpc

이 오차는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라고 불리며, 우주의 팽창 속도에 대한 정밀 측정에서 현재 과학계 최대의 난제 중 하나입니다.

우주배경복사(CMB)와 시공간의 흔적

허블 상수를 통해 계산된 우주의 나이는 중요한 단서지만, 보다 정밀한 측정을 위해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데이터를 살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입니다.

CMB란 무엇인가?
우주가 막 태어난 직후, 약 38만 년이 지나면 빛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그 시기의 빛이 지금까지 남아 ‘우주배경복사’로 관측됩니다.
이 빛은 오늘날 극초단파(마이크로파) 영역에서 검출되며, 우주의 초기 상태를 가장 정밀하게 반영하는 지문 역할을 합니다.

플랑크 위성의 역할
2013년, 유럽우주국(ESA)은 플랑크 위성을 통해 CMB 데이터를 정밀 측정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주의 나이는 약 137.8억 년(±0.02억 년)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 계산은 단지 허블 상수에 의존하지 않고, 우주에 포함된 물질,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의 비율을 바탕으로 추정된 것입니다.

 

측정 방법 추정 나이 주요 기관
허블 상수 기반 측정 약 137억 년 NASA, ESA, 허블망원경
CMB 분석 기반 측정 약 137.8억 년 플랑크 위성(ESA)
항성 집단의 나이 분석 약 135억 년 이상 GAIA, 지상 관측소

왜 각기 다른 수치가 존재할까?
측정 방식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허블 상수는 현재의 팽창 속도를 기반으로 ‘시간을 역산’하는 방식이며,
CMB는 우주의 전체 진화 모델을 바탕으로 ‘초기 조건부터 시뮬레이션’하여 연령을 추산합니다.
이 둘 사이의 오차는 우주론의 근본적인 이해에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우주의 나이를 추정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찾는 작업이 아닙니다.
이는 우주의 진화, 물질의 구성, 시간의 개념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이고 철학적인 과제입니다.
그 과정에는 천문학, 물리학, 수학, 우주론,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38억 년’이라는 숫자는 결국 인류가 하늘을 향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관측해 온 지적 성과의 총합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우주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의 위치와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