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를 찾아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 후보들
태양계 너머, 어쩌면 우리와 닮은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쳐 외계 행성을 관측하고 그 중 일부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제2의 지구’를 찾고 있습니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행성, 즉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대기가 유지되며 적당한 온도가 형성되는 행성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생명체 거주 가능성이 높은 외계 행성의 조건부터 실제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들, 그리고 이를 찾기 위한 첨단 과학 기술의 진보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외계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의 조건: 어떤 행성이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을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최소 요건: '골디락스 존'이란?
외계 행성이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항성으로부터의 거리, 즉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입니다. 이는 '골디락스 존'이라고도 불리는데,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적절한 온도를 의미합니다. 이 영역에서 벗어나면 너무 뜨겁거나, 반대로 너무 추워 물이 증발하거나 얼어버려 생명체가 존재하기 어려워집니다.
지구 유사성 지수(ESI: Earth Similarity Index)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기 위해 지구 유사성 지수(ESI)라는 수치를 사용합니다. 이 지수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계산됩니다:
행성의 반지름
밀도
표면 온도
탈출 속도 (중력)
이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지구와 비슷하다는 의미이며, 일반적으로 0.8 이상이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대기의 존재와 자기장의 중요성
행성이 아무리 적절한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대기층이 없다면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대기는 생명체가 숨 쉴 수 있도록 산소나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태양에서 오는 유해한 방사선을 차단해 줍니다. 또한 지구처럼 강력한 자기장이 있어야 태양풍으로부터 대기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유력한 ‘두 번째 지구’ 후보 행성들
현재까지 발견된 수천 개의 외계 행성 중, 일부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외계 행성 후보들입니다.
케플러-452b (Kepler-452b): 지구의 사촌 행성
2015년 NASA가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발견한 케플러-452b는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 중 하나입니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약 60% 정도 더 크며, 태양과 매우 유사한 G형 항성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공전 주기도 385일로, 지구의 365일과 거의 유사합니다. 이로 인해 '지구의 사촌'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위치: 백조자리 방향, 약 1,400광년 거리
생명체 가능성: 대기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거주 가능 구역에 위치
프로시마 b : 가장 가까운 이웃 행성
프로시마 b는 지구에서 약 4.24광년 떨어진 가장 가까운 외계 행성입니다. 적색 왜성인 프로시마 센타우리를 공전하고 있으며, 크기나 질량 면에서 지구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장점: 가까운 거리로 인한 연구 용이성
단점: 항성이 자주 플레어(태양 폭발)를 일으켜 생명체에 치명적일 수 있음
TRAPPIST-1 시스템: 지구형 행성의 보고
2017년 발표된 TRAPPIST-1 시스템은 무려 7개의 지구형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이 중 최소 3개는 거주 가능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모두가 지구보다 작거나 비슷한 크기이며, 하나의 별 주위를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습니다.
위치: 물병자리, 약 40광년 거리
특징: 계(system) 전체가 거주 가능성 있는 행성 다수를 포함
두 번째 지구 탐색을 위한 기술: 인류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
케플러, 테스(TESS), 제임스 웹 망원경까지: 외계 행성 탐사 도구의 진화
인류가 외계 행성을 찾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십 년 전이지만, 기술의 발전은 놀라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아래와 같은 장비를 통해 ‘두 번째 지구’를 탐색 중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 (Kepler Space Telescope)
2009년부터 본격 가동된 케플러는 외계 행성 2,600개 이상을 발견하며 외계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트랜짓(Transit) 방식으로 별빛의 밝기 변화를 측정해 행성을 탐지합니다.
TESS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2018년 발사된 TESS는 케플러의 후속 탐사선으로, 더 넓은 영역을 관측합니다. 이미 수천 개의 행성 후보를 발견했으며, 더 많은 지구 유사 행성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JWST)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 행성의 대기 분석까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TRAPPIST-1의 대기를 분석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메탄, 수증기 등 생명체 존재를 암시할 수 있는 신호를 포착하려 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프로젝트: 루비오, 아리엘, LUVOIR 등
앞으로 유럽과 미국은 외계 생명체 탐사를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우주국의 아리엘은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기 위한 전용 망원경이고, NASA의 LUVOIR는 궁극적으로 ‘지구 2.0’을 시각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아직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증하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매일 같이 이 광활한 우주를 탐사하며 희망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지구’는 단지 과학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인구 증가, 자원 고갈 등 지구가 직면한 수많은 도전을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우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외계 생명체가 우리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